
[앵커]
지난 연말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스무살 대학생이 가게 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이 무혐의 종결했고, 그 직후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최근 알려지며 큰 공분에 휩싸인 이 사건, 피해자는 '경찰공무원'을 꿈꾸던 고 채단비 양입니다. 저희가 이 사건을 더 깊게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경찰 수사 과정에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건을 종결하면서 단 한 번의 강제수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가장 중요한 물증이 될 수도 있었던 CCTV 영상을 압수수색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가 제출한 가게 영상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유족이 항의하자 "검찰에 영장 신청하면 오래걸리고 번거로워서 그랬다"는 답까지 내놨습니다.
먼저 임지은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CCTV 경기도 안산의 주점 한 남성이 여성을 끌어 안습니다.
여성은 휘청이며 기둥을 잡습니다.
지난해 12월 40대 사장이 아르바이트생 채단비 씨를 끌고가는 모습입니다.
[고 채단비 씨-친구 통화 (2025년 12월 28일) : 너무 싫다고 했는데 계속 그러잖아. 나 근데 진짜 너무 죽고 싶어, 어떡해…]
가게를 빠져나온 단비양은 그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한차례만 피해자 조사를 하고 올 2월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불송치 결정서엔 "서로웃으며 자연스럽게 대화한 뒤 가게 밖을 나갔고" "스킨십하는 모습도 확인됐다"고 적혔습니다.
채단비씨는 경찰 수사가 일방적이라며 이의신청서를 남겨둔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고 채단비 씨 어머니 : 단비가 가기 전에 이의 신청을, 자기가 잘못되더라도 변호사님은 꼭 이의 신청을 해주세요라고 문자를 해놓고…]
JTBC 취재결과 강제제수사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은 신청된 적도 없었습니다.
CCTV는 가해자 측이 주요부분만 영상파일에 담아 임의제출했습니다.
본체나 저장장치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없었습니다.
가해자 휴대전화도 압수하지 않았습니다.
[원의림/변호사 : (가해자 휴대전화에서) 본인 행위가 문제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검색한 기록이나 다른 지인과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나눈 대화 내용 등이 나올 수 있죠.]
유족이 항의하자 경찰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고 채단비 씨 어머니 : 임의제출이 원칙이고 압수수색을 하려면 검사님한테 영장이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시간이 소요돼서 좀 번거롭기도 해서…]
JTBC 질의에 경찰은 "임의제출도 강제수사"라며 "CCTV라는 객관적 증거가 있으니 가해자의 휴대전화를 확보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앵커]
경찰이 확인하지 않은 것은 또 있습니다. 울부짖으며 성폭행 피해를 알리는 녹취, 지인들에게 피해사실을 털어놓은 메시지, 이런 물증도 하나도 확보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피해 사실을 직접 전해들은 친구가 경찰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피해자 휴대전화는 개인정보라 안 봤다"고 답했습니다.
김혜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건 당일 채단비씨는 친구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고 채단비 씨-친구 통화 (2025년 12월 28일) : 근데 갑자기 날, 그 흡연실 앞에 19번 자리 있잖아. {어, 그 구석진 자리?} 거기를 갑자기 데리고 가서… 나는 그냥 진짜 이거 아니라고, 너무 싫다고 했는데 계속 그러잖아.]
이날 또다른 가까운 친구에게 "사장이 나를 겁탈했다. 죽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남자친구에겐 "사장이 건드려서 경찰서를 갔다"고 보냈습니다.
이는 모두 유족이 직접 찾아 모은 기록들입니다.
경찰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지도 이런 녹취와 기록들을 확보하지도 않았습니다.
[원의림/변호사 : 피해자의 피해에 대한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로 사용이 될 수 있고, 주요한 증거 중 하나로 활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죠.]
준강간 사건에선 평소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 파악도 중요한데 근거가 될 기록을 확보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채단비씨 휴대전화 분석도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들은 친구들은 황당하고 화가 났다고 했습니다.
[고 채단비 씨 남자친구 : 개인 정보라 안 봤다, (그래서 못 불렀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었어요. {단비 휴대전화를?} 네네.]
올 3월 검찰이 불송치 사건을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해 보완수사를 요구한 뒤에야 경찰은 친구들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 때도 CCTV 본체나 가해자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은 없었습니다.
경찰은 "피해 호소 기록들은 피해자 진술과 똑같아서 확보하지 않았고, 검찰 보완수사 요구는 CCTV영상 시간 오차를 확인하라는 정도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경찰 공무원'을 꿈꿨던 스무살 청년이 '경찰의 부실 수사'로 결국 스스로 세상과 등진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임지은 기자와, 경찰 수사가 왜 이런 식으로밖에 이뤄지지 않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의신청을 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숨졌군요. 수사가 다시 시작됐죠.
[기자]
네, 채단비 씨는 경찰행정학과 1학년 학생이었습니다.
무혐의 처리가 너무 억울하다며 "이의신청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숨졌습니다.
바로 이 이의신청으로 인해 "참고인 조사를 다시 하고, CCTV 영상을 다시 확인하라"며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보완수사를 요구하게 됩니다.
유족이 CCTV와 증언을 모은 김창민 감독 사건, 아버지 경찰이 사건을 덮으려 했던 장윤기 사건, 제주 실종 허위종결처럼 사건암장의 사례로 언급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의 특징을 보면요.
경찰이 단 한번도 영장을 신청하지 않습니다.
유족에겐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게 할 필요 없단 취지로 말했다는 건데 이렇게 영장을 치지 않으면, 검찰이나 법원이 이 사건을 인지할 수 없게 됩니다.
수사의 사각지대가 그대로 드러난 사건인 겁니다.
[앵커]
그래서 지금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피해자의 죽음으로 인해 겨우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요.
검찰이 채단비 씨 사망 넉달 후인 올해 6월에 CCTV 하드웨어를 확보했습니다.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 이의 신청서는 경찰이 확인하지 않았던 채단비 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됐습니다.
검찰은 가게 사장의 휴대전화 두 대와 채 씨의 것도 확보해 포렌식을 맡겼습니다.
채 씨 친구들도 참고인 조사를 했습니다.
리포트를 통해 들으셨던 녹취파일도 법적 절차를 통해 증거로 확보했습니다.
지금 해당 주점은 폐업하고 다른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미 시간이 오래 지난터라 CCTV에 몇개월 간에 영상이 덧씌워져 복구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애초에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생각도 드는데 피해자 사망으로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더 이상 피해자를 조사할 수가 없게 된 게 수사의 가장 큰 난제입니다.
현재까지 피해자 조사는 발생 당일인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3시 반 단 한차례였습니다.
저희가 확보한 발생 당일에 작성된 피해조서 문건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어서 다 보여드리진 못하겠지만, 1시간 동안 질문과 답 25개 정도가 오갔고 분량도 많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위력에 의한 간음죄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었는데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피해자도 사망해 혐의 추가나 입증이 어려워졌단 분석이 많았습니다.
[단독] 이의신청 남기고 숨진 알바생…경찰 압수수색도 없이 "불송치" 결정 / 풀버전
임지은 기자 외 2명, 이의신청 남기고 숨진 알바생…경찰 압수수색도 없이 "불송치" 결정 / 풀버전, JTBC, 2026. 09. 01.

